설교 준비와 할루시네이션: 먼저 이 이야기부터 해야겠습니다
세미나를 시작하자마자 퀴즈를 하나 드렸습니다.
"전도서 7장 30절 — '사람이 헛된 것을 좇아 스스로 길을 만들지만, 여호와의 길은 그 가운데 있지 아니하니라' — 이 구절이 진짜입니까, 가짜입니까?"
장내가 조용해졌습니다. 내용도 그럴듯하고, 문체도 성경 같습니다. 그런데 정답은 가짜입니다. 전도서는 7장 29절까지밖에 없습니다. AI가 만들어낸 구절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례를 보여드렸습니다. 이런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때의 결과입니다.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님과 니고데모의 대화를 만들어줘."
AI가 생성한 답변은 이랬습니다:
"요한복음 4장 15-25절에서 니고데모는 사마리아 지역을 여행하던 중 야곱의 우물에서 예수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전 3장에서의 밤 대화와 달리, 이번에는 대낮에 공개적으로 만난 것이 특징입니다. 니고데모가 '선생님, 당신이 말씀하신 거듭남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라고 묻자, 예수님은 우물물을 가리키며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거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라고 답하셨습니다..."
얼마나 정교합니까. 그런데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내용입니다.
요한복음 4장에 등장하는 인물은 니고데모가 아니라 사마리아 여인입니다. 니고데모는 3장에서 밤에 예수님을 찾아온 바리새인입니다. AI는 두 개의 전혀 다른 사건을 하나로 합성하고, 존재하지 않는 구절 번호(4장 15-25절)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 AI가 사실처럼 보이도록 그럴듯한 내용을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AI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의도가 없는 기계적 오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설교 강단에서 사용될 때의 결과는 의도와 관계없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4장에서 니고데모가 깨달은 영적 갈증..."이라는 설교는, 성경을 잘 아는 성도에게는 즉시 혼란을 일으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잘못된 내용이 성도들의 성경 이해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할루시네이션은 매우 정교하고 그럴듯하게 만들어집니다. 목회자들은 AI가 생성한 성경 내용은 반드시 성경 원문과 신뢰할 수 있는 주석으로 검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힘을 주어 전달한 메시지였습니다.
저는 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을까요
2025년 9월 9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목회자 세미나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총 5시간 — 오전 2시간 30분, 오후 2시간 30분. 여러 강사들이 함께한 세미나였는데,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배정받았습니다. 그만큼 AI 주제가 이번 세미나의 핵심이었고, 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IT 전문가입니다. 삼성SDS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10년, 이후 성장전략과 신사업 개발을 15년 했고, 디지털 전환 컨설팅을 5년째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 중소기업 CTO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저는 PK(Pastor's Kid), 즉 목사 아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 안에서 자랐고, 목회자가 얼마나 바쁘고 고단한지, 설교 하나 준비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영적 에너지가 들어가는지 직접 보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목회 현장이 낯설지 않습니다. 예배 순서, 구역 모임, 심방, 성경공부 교재... 이런 단어들이 저에게는 그냥 '업무'가 아니라 삶의 언어입니다.
그 두 가지 배경이 만난 자리가 바로 이 세미나였습니다. IT 전문가의 눈으로 AI를 설명하되, PK로서 목회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사례로 풀어내는 것 — 그것이 제가 이 강연에서 하려고 했던 일입니다.
세미나의 구조: WHY → WHAT → HOW → IF
5시간의 세미나는 크게 9개의 챕터로 구성했습니다. 단순히 AI 도구 소개로 끝나는 세미나가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논리적인 흐름을 설계했습니다.
1부 (오전)에서는 "AI를 왜 배워야 하는가"부터 시작해서, 생성형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리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AI와 대화하는 기술, 즉 프롬프팅 기법까지 다뤘습니다.
2부 (오후)에서는 실제 목회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시나리오들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설교 준비, 목회 계획 수립, 새신자 교육 커리큘럼 개발, Google NotebookLM 활용, GPTs 챗봇 만들기까지. 250명이 넘는 참석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개별 실습을 충분히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더 많은 분들이 직접 손으로 해보실 수 있는 자리를 다음에는 만들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목회 전반을 커버하는 프레임워크
이 세미나에서 제가 고집했던 한 가지는, 목회의 어느 한 영역만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AI 세미나라고 하면 보통 "설교 잘 쓰는 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목회자의 사역은 설교만이 아닙니다.
저는 다음 여섯 가지 영역으로 목회를 바라보는 프레임워크를 세미나 전반에 깔았습니다.
예배 — 설교 — 양육 — 돌봄 — 섬김 — 윤리
예배 영역에서는 교회 창립기념 예배 순서지 작성, 절기별 예배 구성 같은 실무를 AI로 다루는 방법을 다뤘습니다. 단순히 "AI에게 맡겨라"가 아니라, 감리교 예배 전통과 신학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어떻게 끌어내는지를 구체적인 프롬프트와 함께 설명했습니다.
설교 영역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실제로 목회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영역이기도 하고, AI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크지만, 가장 위험할 수도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할루시네이션 사례가 바로 이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양육 영역에서는 새신자 5주 교육 커리큘럼, 소그룹 성경공부 교재 제작, 소그룹 리더 훈련 교재 등을 다뤘습니다. 마태복음 5:9 "화평케 하는 자" 본문으로 시니어 성도를 위한 소그룹 교재를 AI로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돌봄 영역에서는 심방과 상담 상황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청년의 고민, 가정 문제, 상실과 위로 — 이런 목양적 돌봄 상황에서 성경적 메시지와 위로의 언어를 AI와 함께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섬김 영역에서는 행정 업무 자동화, 행사 기획, 주보 작성, 교회 SNS 공지문 작성 등 목회자가 매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들을 AI로 효율화하는 방법을 다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윤리 영역. 이것이 없으면 나머지 다섯 영역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AI를 목회에 활용할 때 목회자가 지켜야 할 윤리 기준, 즉 "AI 결과물을 항상 신학적·윤리적 기준으로 검증하라", "설교와 교육의 결과에 대해 목회자가 전적인 책임을 지라"는 내용으로 세미나를 마무리했습니다.
AI는 도구입니다, 목회는 사명입니다
세미나를 마무리하면서 드린 말씀을 이 글도 같은 말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AI는 목회를 도울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영혼을 돌보는 목회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정보와 기술을 제공하지만, 사랑과 은혜는 하나님을 통해서만 옵니다. 효율성보다 영혼의 안전이 먼저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복음의 능력은 변하지 않습니다.
설교 준비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고 싶은 영역으로 목회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성경 본문의 원어 분석 및 배경 연구(35%)"와 "다양한 관점의 주해 자료 정리(30%)"였습니다. AI가 신학교육 과정에서 원어에 부담을 느끼는 목회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그 결과물을 목회자의 신학적 분별력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목회자들이 AI를 지혜롭게, 그리고 두려움 없이 활용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중부연회 세미나는 그 첫걸음이었습니다.
이정표 | 마일스톤즈 대표컨설턴트 | 생성형 AI 컨설팅 & 강의
삼성SDS 출신 IT전문가 ·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
문의: jplee@milestonz.com | coachingware.kr
